[금융상품] 랩어카운트
증권사들이 타사와 차별화된 랩어카운트 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인공지능(AI) 테마의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했고, 현대차증권도 미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버퍼(Buffer) EMP 랩어카운트를 선보였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등도 발 빠르게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내세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와 고객이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채권·대체투자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 상품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AI&로보틱스 랩은 소수의 우량주를 선별해 벤치마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주가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도 지난달 미국 주요 지수(S&P500, 나스닥100 등) 추종 ‘버퍼(Buffer) ETF’를 편입하는 버퍼(Buffer) EMP 랩어카운트를 출시했다.
Buffer ETF란 수익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대신 손실 또한 일정 수준까지 흡수해주는 구조의 ETF를 말한다. 매월 재산정되는 해당 월의 Buffer ETF를 매수해 1년 동안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매도할 수도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 Buffer EMP 랩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달 30일 연금저축계좌에서 다양한 펀드를 활용해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신한 개인 연금랩’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개인 연금랩 서비스 출시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업계 두 번째다.
리서치센터, 자산관리(WM) 리서치조직, 포트폴리오 전문부서, 상품 전문조직, 랩 운용부 등 전문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매월 성과분석, 포트폴리오 전략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K증권은 금융 AI 스타트업 아크로스테크놀로지스와 함께 ‘글로벌 인컴 아크로스 자문형 랩’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월 지급식’ 구조를 랩어카운트로 설계한 상품으로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Akros Monthly Payout ETF'와 미국 주식을 활용해 전 세계 19가지 자산에 투자하며, 매월 순자산의 0.4%(연 4.8%)의 비율로 달러화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고도화·차별화된 랩어카운트 상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지속되는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2월 말 기준 112조6515억 원으로 전달 114조2376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지난 2020년 4월 말 이후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계약건수는 전달 대비 1146건 감소한 203만 건, 고객 수는 1011명 빠진 185만 명을 기록했다.
앞서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지난해 8월 말 약 150조 원에서 9월 말 약 143조 원으로, 11월 말 123조 원에서 12월 115조 원으로 하반기 들어 약 35조 원이 빠져나간 바 있다.
올 들어선 증시 반등 등의 영향으로 1월 말 기준(114조 원) 전달 대비 1조 원이 줄어드는 데 그치며 낙폭이 축소했으나 우하향 곡선은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중에 나온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 환경 추세에 맞게 차별화 된, 희소성 있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는 것이 더 반응이 좋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금융 소비자들의 금융 정보나 지식 수준이 높아졌더라도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신뢰회복, 즉 증시가 회복되는 등의 시장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는 게 먼저일 듯 싶다"라고 밝혔다.
